2014/11/17 17:59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크리스텔 프티콜랭, 부키, 2014 리뷰





대학생 때 한 강의 시간에 주의력 결핍 장애가 있는 것 같다는 교수의 지적을 들은 적이 있다. 아마도 교수가 열강하는 동안 내 제스처나 표정이 대단히 부산했던 모앙이다. 나는 아무 말도 못한 채 움츠러들었다. 조직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한 번도 선생님들과 친하게 지낸 적이 없던 탓에 아, 역시 대학에서도 이 부조화는 면치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 역시 나는 뭔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내 별명은 공산당이었다. 내 방 침대 밑에는 땅굴이 있을 거고, 땅굴에서 북한과 접선하고 있을 거라고 동기들은 말했다. 이 책에서 말한 대로 나는 어디에서도 소속돼 있지 않다는 느낌에 자주 휩싸였다. 사람들이 밝아서 좋다고 느끼는 빛과 작은 소음을 좀처럼 참지 못해 히스테리컬지고, 물컹물컹한 식감을 주는 음식물을 씹으면 구토증을 느끼고, 타인과의 대화에서 자꾸만 겉돌다 침묵하고, 저능아가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ㄷ 자를 두려워했던 유년 시절, 인과가 정확하지 않은 말들을 참지 못해 상대가 사장이든 친구든 지적하고야 마는 똘아이 같은 기질, 내 영혼을 갉아먹는 남자들과의 연애를 지속했던 일, 지나치게 상대에게 감정 이입을 하는 것, 각종 폭행 기사를 보면 내가 마치 폭행을 당한 듯 평심이 무너지는 것, 상사 대하기를 내 동료 대하기와 똑같이 하는 것, 남자같이 일한다는 주변의 한심한 평가, 내게는 상식인데 이상주의라 매도당했던 많은 상황 등이 이해되었다. 납득하고 싶은데 납득하지 못해 괴로웠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래서 이 책이 위로가 되었다. 아무도 당신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서 오는 절망감은 당연하다고, 세상의 최대 85퍼센트는 당신을 이해하지 못할 텐데 그건 뇌과학적으로 당신의 뇌가 그럴 수밖에 없다고, 당신은 외계인이고 외계인임에도 지구인과의 조화를 대단히 지향하는 유형이니 이 지구인의 패턴을 제대로 파악해 자신을 잘 보호하라고, 그럴 수 있다고.

신경과학과 관련한 심리학서가 꽤 많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책만큼 평범을 위장해 살고 있으나 구석구석에서 부적응에 몸부림치는 이 마니악한 유형의 인간들에 집중한 책이 또 있을까 싶다.

다만 의문점은 과연 나 같은 사람만 이 책에서 말하는 정신적 과잉 활동인이라고 느낄까 하는 점이었다. 내 주위의 많은 사람이 나는 직장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겠다고 말한다, 잠을 자지 않아도 피곤하지 않다고 말한다, 특정 냄새를 도저히 참지 못하겠다고 말한다, 항상 무엇인가를 배우고 싶어 한다, 번화가를 싫어한다. 이런 사람이 참 많다. 그래서 이 책이 조명하는 15퍼센트 미만이라는 정신적 과잉 활동인의 데이터가 과연 얼마나 객관적인지 의문이 든다. 무엇보다 '실제 사고의 스킬'을 전수해주려는 목적으로 쓰인 듯한 마지막 장은 실망스러울 정도로 추상적이거나 피상적이거나 대단히 종교상담스러웠다. 좀더 신경과학 측면에서 집요하게 설명해주기를 바랐으나 당신은 비정상이 아니다, 당신은 정상이다, 당신을 사랑해라에 훨씬 큰 방점을 두었다. 그래서 결론은 나는 정말 내가 이 유형의 인간인지 전문가의 점검을 받아보고 싶다는 건데, 과연 국내에 이 분야의 전문가가 있을까 싶다. 그냥 나처럼 주의력 결핍 장애인이라고 낙인찍히거나 공산당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잘 적응하도록 지도해주는 경우가 허다하지 않을까.

더욱이 편도체의 지나친 각성 상태로 이런 자들은 잠이 부족해도 쌩쌩하다는 설명은 완전 나와 무관했다. 숙면은 못 취해도 잠이 부족하면 견디질 못하니 말이다. 말하자면, 이쪽과 저쪽 사이의 경계인이 훨씬 많으리라 짐작되는데, 과연 이렇게 이 유형과 저 유형을 구분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15퍼센트니 하는 수치는 지나치게 과감한 통계라는 거다. 이 책이 이런 모호한 경계인까지 분명히 설명해주면 좋았겠다. 저자 크리스텔 프티콜랭의 한탄이 들린다. 이것 보라고. 이런 사람들을 상담하는 게 결코 쉽지가 않다고. 도토리가 상수리나무에서 떨어졌다는 걸 지금 나한테 증명하라고 한다고. 하지만 증명해주었으면 좋았겠다. 전혀 후련하지가 않다.






덧글

  • 날고기 2014/11/21 02:02 # 답글

    서양은 외향적 인간이 차지하는 비율이 동양권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던데 흠.
    나 올라왔다오! 아직 짐정리도 다 안 됐어.ㅋ 천천히 얼굴 봅시다. 자주 봅시다~^_^
  • 스텔러바다소 2014/11/22 01:16 # 답글

    드디어 왔구나! 이래저래 정리되면 연락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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